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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기 키울 수 있도록 해야죠"

[특별기획] 갓난 아기를 버리는 나라



아동 유기는 명백한 범죄다. 그리고, 제 자식과 같이 살 수 없게 만드는 우리 사회는 유죄다. 부모 품 안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은 결국 장기양육시설 즉, 보육원으로 가게 된다. 그 전에 꼭 거쳐야 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서울시아동복지센터'다. 베이비박스 아기들로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서울시아동복지센터를 찾아 이순덕 소장으로부터 유기 아동들의 현실을 들어봤다.



세월호 참사로 그 어느 때보다도 슬픈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 오후 4시 반. 서울 강남구 수서동 세곡2보금자리개발예정지구 근처 대모산 자락 한적한 곳에 자리한 서울시아동복지센터에 관악구청 직원들이 베이비박스 아기들을 안고 나타났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은 일주일에 세 번(월, 수, 금) 관악구청 직원들에 의해 이곳 센터로 들어온다. 목요일인 이날 들어온 아기는 건강상 문제가 있어 서울시립어린이병원에 머물다 퇴소한 아기였다.



서울시아동복지센터는 국가의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위해 상담과 보호·치료,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이 늘어나면서 서울시내에서 유기된 아기들이 모이는 집합소로 많이 알려졌다. 유기된 아기들은 짧게는 3~4일을 이곳에서 머물며 장기양육시설(보육원) 배정을 기다라게 된다.



이순덕 소장은 “처음에는 베이비박스 아기가 일주일에 한 명 정도 들어왔었는데, 최근에는 일주일에 두 번, 세 번 몇명씩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이렇게까지 늘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가 전한 통계를 살펴보면, 2011년만 해도 서울시아동복지센터에 들어온 전체 기아(棄兒)는 31명이었고, 이중 베이비박스 기아(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장애아 또는 입원 아이는 제외하고 센터에 들어온 아이)는 12명이었다. 그러나 2012년 전체 69명 중 57명이, 2013년 전체 221명 중 205명이 베이비박스 아기로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4월 말을 기준으로 전체 81명 중 78명이 베이비박스 아기로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순덕 서울시아동복지센터 소장은 "집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학대당하고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이곳은 천국일 수 있다. 그러나 부모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은 '나 언제 가요?'하면서 운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계속해서 늘어나는 기아로 서울시아동복지센터는 연일 초비상이다. 이 소장은 “0세부터 만 18세까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학대받은 아이들, 버려진 아이들을 센터에서 일시적으로 보호하게 되는데, 베이비박스 아기들이 늘어나면서 다른 업무를 하는 직원들도 24시간 꼬박 밤을 새서 아기들을 돌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아동복지센터에서 머무는 아이들을 돌보는 보육사는 단 2명 뿐. 이 둘이 베이비박스 아기들과 그 외 다른 사정으로 들어온 아이들까지 돌봐야 하는데, 베이비박스 아기들이 많아지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 됐다. 두 명이 최대 14명까지 아기를 돌봐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한 적도 있다. 특히 작년 7월의 경우에만, 베이비박스 아기(29명)들을 포함해 33명이 센터에 입소했다. 매일매일 베이비박스로 아기가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센터는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고자 급히 예산을 편성하고 외부인력을 투입해야만 했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들이 늘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 소장은 “타 시도는 기아 발생률이 62.1% 감소했는데, 서울은 16배가 늘었다는 것은 아이를 안전하게 유기하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온다는 것을 뜻한다”며 “해마다 베이비박스 아기가 늘어나고 있는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전국에서 아이들이 서울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가 가장 신경 쓰는 문제는 바로 아기들의 건강 문제이다. 베이비박스 아기들 중에는 저체중인 경우도 있고, 황달 등의 질환을 앓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소장은 “엄마 뱃속에서 잘 먹었는지 정서적으로는 안정됐는지, 아무 정보 없이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실정”이라며 “아이들의 건강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단기간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먹고 자야하기 때문에 센터 내부에는 숙소가 마련돼 있다. 센터 1층 복도 끝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숙소가 나오는데, 이날 2층 병아리반에는 9명의 아기들이 침대와 방바닥에 나눠 누워 있었다. 아기들이 누워 있는 벽면에는 태어난 날짜 혹은 태어났다고 추정되는 날짜와 이름, 성별이 적힌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혹시라도 아기의 신원이 바뀔까 아기들을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식별이다.



이곳에 머문 아기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는 일은 흔치 않다고 한다. 2013년의 경우, 센터에 입소한 221명 중 213명이 양육시설로 보내졌으며, 이중 3% 가량인 7명만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센터는 홈페이지(http://child.seoul.go.kr)에서 ‘부모를 찾습니다’ 코너를 만들어 아이들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 부모를 찾아주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제 다시 아기를 찾아가려는 부모는 거의 없다.



이 소장은 “아이를 유기한 뒤 간혹 가족들과 얘기하다가 같이 키우겠다고 하는 경우 다시 찾으러 오기도 한다. (부모 측에서는) 당장 찾아가겠다고 조바심을 내는데, 우리가 버린 것을 볼 수 없었던 것처럼 누가 찾아가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DNA 등의 법적절차를 거쳐 아이를 귀가시킨다”고 말했다.



센터는 국내 공개입양을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새로운 부모를 만나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일인 만큼 1년 정도의 절차를 밟으면서 신중하게 진행시킨다. 이 소장은 “입양은 동정심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번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가족을 찾아주는 일이기에 진짜 자기 자식으로 평생을 같이 갈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이들에게 센터 입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소장은 “집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학대당하고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이곳은 천국일 수 있다. 그러나 부모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아이들은 ‘나 언제 가요? 엄마 언제 와요?’ 하면서 운다. 보통 이틀을 울어야 이곳에 적응한다. 어른들의 문제지, 아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센터를 찾게 될까. 베이비박스로 버려지는 아기들이 얼마나 더 늘어나게 될까. 아이들이 부모 품 안에서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하는 일이 아닐까. 어른들이 바뀌지 않는 한 아이들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단 한 명의 아기라도 버려지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당장 정부와 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이 소장은 “베이비박스에 아동을 유기하는 부모들이 남긴 메모를 보면 ‘생활이 어려워서 키울 수 없었다’, ‘혼자 감당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미혼모라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이 좀 더 보완돼야 한다. 또한 10대를 대상으로 좀 더 체계적인 성교육이 이뤄지고,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을 수 있도록 국내 입양도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명] 베이비뉴스
[보도일자] 2014.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