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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상처’ 있지만 다가갈수록 조금씩 마음 여는 아이들… “너무 예뻐요”


[보도자료] ‘상처’ 있지만 다가갈수록 조금씩 마음 여는 아이들… “너무 예뻐요”

대구 공립 대안학교 해올중 박은지 교사

일반고 교감 승진 앞두고 자원
작년 중1 학생들과 같이‘진급’
ADHD·학교폭력 피해 아이들
혼내지 않고 기다려주며 소통

거의 매주 현장체험 학습 기획
다양한 활동으로 참여 이끌어
“별명 ‘은박지’처럼 늘 반짝”

대구 유일 공립 대안학교인 해올중·고교는 평범한 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학교폭력으로 우울감을 느끼는 학생, 성적 위주의 주입식 교육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 부모의 학대로 피해를 본 학생, 분노조절장애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겪고 있는 학생까지.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거나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학교에서 중2 담임 교사를 맡고 있는 박은지(여·53) 교사는 지난 9일 인터뷰에서 “‘마음의 속도’가 느린 아이들”이라고 표현했다. 박 교사는 “요즘에는 마음에 병이 있는 학생이 많다”며 “아이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세상에 나아가는 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고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학교가 처음 생긴 지난 2018년 일반고에서 전근을 와 1학년 담임을 맡은 뒤 올해 한 반을 썼던 학생들과 나란히 2학년 교실로 옮겨 왔다.

“우리 학교에는 소위 말하는 ‘불량 학생’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성이 극도로 부족한 아이가 많아요. 불량학생이 ‘고(高)에너지 학생’이라면, 우리 아이들은 사회생활이 거의 안 되는 ‘저(低)에너지 학생들’이라고 해야 할까요. 2년째 같은 반에서 학교생활을 한 친구조차 말을 걸기 어려워할 정도죠. 그런 아이들이 지난 6월에는 함께 캠핑을 가 음식도 나눠 먹고, 함께 어울리며 놀 수 있게 됐어요. 정말 어마어마한 변화거든요. 과자가 있어도 ‘같이 먹을래?’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던 아이들이었어요.”

학생들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교사들의 ‘기다림’ 덕분이었다. 박 교사는 수업 시간에 교실에 앉아있지 못하고 운동장과 휴게실을 전전하는 학생이 있어도 혼내지 않고 기다리고, 오히려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듣는다고 전했다. 입시 위주의 일반 학교와 달리 대안학교이기에 가능한 지도이기도 하다. 2학년의 경우 한 학급당 학생은 15명이지만, 3명의 교사가 아이들을 함께 가르친다.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도 진행한다. 박 교사는 학생들을 위해 거의 매주 현장 체험학습을 기획한다고 했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수시로 회의하며 아이들의 상태를 공유해요. 메신저 ‘단톡방’이 쉴 틈이 없어요. 학생별 집안 사정도 다 알고, 학부모님들과도 자주 소통합니다. 가족과 같은 관계가 돼 버렸어요. 학생들이 엄마나 할머니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1년 넘게 부대끼다 보니 이젠 눈빛만 봐도 알 것 같거든요. 가능하다면 내년, 내후년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가르치고 싶어요.”

사실 박 교사는 이전 학교에서 교감 승진 대상이었다. 교직 생활 28년 차인 그는 근무연수가 높아지면서 교무부장 업무를 겸임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박 교사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게 즐거워 2015년 교육대학원에서 청소년상담학을 공부하기까지 했는데, 책상 앞에 앉아 행정업무에 시달리는 날이 늘어갔다. 교사생활의 보람과 즐거움이 사라져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차에 해올중 전근 신청 공문을 보고 주저 없이 지원했다고 한다.

“대안학교로 간다고 했을 때 ‘1년 뒤면 교감 자격을 받을 수 있는데 왜?’라며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많았어요. 처음 이 학교로 와서 적응이 쉬웠던 것도 아녜요. 화가 나면 스스로 통제가 안 돼 물건을 집어 던지고, 선생님까지 공격하는 학생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아이들도 조금만 다가가고 관심을 두면 마음이 조금씩 열리더라고요. 그 마음이 너무 예뻤어요. 비록 느리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힐링’이었습니다.”

박 교사의 별명은 ‘은박지’라고 한다. 처음 만나는 학생이 있을 때마다 “내 이름이 ‘박은지’인데, 세 글자를 섞어놓으면 ‘은박지’가 돼. 은박지처럼 반짝거리는 선생님, ‘은박지 선생님’이라고 불러줄래?”라며 말을 건넨다고 했다.

해올학교 은박지 선생님은 이날 학교 수업이 끝나면 10일째 결석 중인 한 학생을 만나러 가정방문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일째 학교에 오지 않아 학부모에게 연락했더니 전날 꾸지람을 들은 모양이라고 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박 교사는 “저 때문에 많이 혼난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아이가 집에 있겠죠?”라고 되물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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